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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워싱턴 주/북 캐스케이드

산에서 만난 곰 네 마리, Cascade Pass

by 산꾼 A 2018. 9. 12.

 

 

이번 산행 중에 야생 검은 곰 4마리를 만나 경험해 보니 얼마 전 뉴스로 방송된 '반달곰 방사와 관련하여 산행할 때 안전'에 관한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미곰이 새끼곰을 데리고 이동할 때 급경사 비탈길보다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 놓은 등산로를 이용하고, 야영장 근처는 물도 있고 재수가 좋으면 별식도 먹을 수 있어 곰이 좋아할 수 있습니다.

곰이 사람들의 인기척에 반응하지만 별로 무서워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인기척에 놀라 자리를 피하더라도 놀란 토끼처럼 멀리 가지 않고 등산로 근처에 있더군요. 크기는 검은 곰이 반달곰보다 조금 커 보이고, 성격은 둘이 비슷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근처에 곰 100 마리가 있었는데 그중에 4 마리를 보고 곰에 대한 전부처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곰은 사람들이 산속 깊숙한 곳에 정해놓은 지정석에 있지 않고, 곰 마음대로 다니는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등산로(탐방로)를 벗어나면 곰 만날 확률이 높다'라고 했는데, 곰 만날 가능성은 어디에서나 비슷하고 오히려 등산로와 야영장 주변이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첯 번째 만난 검은곰 (Pelton Basin 야영장에서 약 30 미터 떨어진 곳)

산행 중에 멀리 야영장 근처에 있는 검은 곰을 발견하고는 '저기 곰 있네'하고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등산로가 곰이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됩니다. 숲 모퉁이를 도는데 등산로에서 불과 7 - 8 미터 떨어진 수풀 속에 곰이 떠억 있네요. 내가 깜짝 놀라 움찔하는 순간 곰이 후다닥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곰도 놀라 도망갔지만 그 근처 수풀 속에 계속 있었습니다.

 

두 번째 만난 어미곰과 새끼곰 (Pelton Basin에서 Cascade Pass 오르는 등산로)

하산길에 Cascade Pass를 다시 오르는데 10미터쯤 앞 등산로에 어미곰과 새끼곰이 있습니다. 곰이 나를 발견하고 뒤를 힐끗 보더니 등산로를 따라 앞쪽으로 걸어갑니다. 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곰방울 (Bear Bell)을 꺼내 딸랑거리며 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뜨~악.

등산로 옆으로 3 - 4 미터 떨어진 수풀 속에 곰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 옆을 지나가도 신경도 쓰지 않고 나무에서 무엇인가 따 먹고 있습니다. 나도 못 본 척 얼른 지나며 아래의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과연 곰방울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다시 만난 두 번째 어미곰
세 번째 만난 검은곰 (Cascade Pass 오른쪽 옆 경사면)

Cascade Pass에 야영 배낭을 메고 온 4명이 있길래 곰을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 한 명이 저기에 곰이 있다고 해서 보니 경사가 심한 산비탈에 또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Cascade Pass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곰을 한 마리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곳에는 물이 없었고, 경사도 훨씬 가파르고 곰이 있을만한 환경이 아닐 것 같습니다. 우선 물과 먹을 것이 있어야 하고 도로 옆보다는 조용한 깊은 산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여기는 20번 국도에서 산악도로로 23마일을 들어와서, 또 걸어서 산 하나를 넘은 곳입니다.

 

지도에 곰 만난 곳을 표시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있는 곳이 Cascade Pass이고 보이는 산이 Mix-up Peak (7,440 피트, 2,268 미터)입니다.

 

Cascade Pass에서 왼쪽으로 가면 Sahale Arm, 직진하면 Pelton Basin을 지나 Stehekin으로 갑니다.

 

Cascade Pass에서 보는 전망

 

다행히 산에 곰들이 먹을 것이 많은 계절이라 그렇지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으면, 배낭 속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를 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곰 네 마리를 가까이서 만나고도 무사히 귀가한 운 좋은 날입니다. 하루가 아주 길었습니다.

 

 

 

< 추신 >    (Updated 03/16/2023 )

곰을 만났을 때 일반적인 대처방법은 '곰을 놀라게 하지 말고, 뒤 돌아 도망가지 말고, 곰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 등이 있고, 야영할 때 음식물과 쓰레기를 텐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라고 합니다. (보통은 나무에 매달아 둡니다.) 곰 통 (Bear Canister)를 사용할 수도 있고, 곰 통은 레인저 스테이션에서 빌리거나 구입 (크기에 따라 100불 정도)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은 처음에 갑자기 가까이서 곰을 만나면 긴장돼서 꼼짝도 못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 번 (2022년 현재 13번) 곰을 경험해 보니,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너무 긴장할 것도 없고, 조용히 서 있었더니 곰이 알아서 자리를 피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신경 쓰이면 곰 스프레이가 효과가 있다고 하고, 곰 방울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저는 현재 아무것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워싱턴 주에서 곰을 만났다는 신고가 일 년에 500건을 넘기도 합니다. 곰이 학교 운동장에 나타나고, 산 아래 동네 집 뒤뜰에서 어슬렁거리고, 심지어 도시에 있는 저희 집 근처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여기서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곰을 만날 수 있지만, 곰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곰을 만났을 때 일반적인 대처방법은 숙지하고, 사진 찍는다고 가까이 가지는 마세요. 야생곰입니다.  

 

 

Last Updated : Mar. 16, 2023

 

 

Cascade Pass @ Hwy 20 (Marble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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