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등산로(Easy Pass)를 쉽다고 했나, 쌍코피 터질 뻔했다.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침에 설피와 자동차용 체인을 가지고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장부터 눈이 쌓여 있고 다른 차는 한 대도 없네요. 다행히 등산로를 따라 눈 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남아있어 설피(Snowshoe)를 배낭에 매달고 눈길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근처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겨울이 되면 산 아래에서 도로(20번)를 막았다가, 다음 해 6 월이나 돼야 길이 열리는 곳입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눈길 산행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등산로 입구 통나무 다리 위에 눈이 쌓여 있습니다.
이곳 (숲이 끝나고 개활지가 시작되는 곳)까지는 눈이 쌓여 있기는 했지만, 잘 다져져 있어 발이 별로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발자국은 여기서 끝났고 산 위쪽으로는 2-3 피트 (60 -90 cm) 정도의 눈에 덮여 등산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일 마일만 더 가면 정상인데 설피를 신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쌓인 마른눈이라서 설피를 신었는데도 무릎까지 빠집니다. 눈 위에 새로 길을 만들며 산을 오르는데, 설피를 신고 출발했던 곳에 두 사람이 보입니다. 다른 산객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던지라 너무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산악스키를 신고 내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올라옵니다.
설피를 신고 무릎까지 빠져가며 오르다 보니 너무 힘드네요. 잠깐 쉬고 있으려니 왜 이리 추운지. (한 낮인데도 배낭의 물이 얼었고 사진이 온통 퍼렇습니다.)
산악스키를 탄 두 사람이 앞서 지나고 그 뒤를 따라가려니 더 힘듭니다. 스키가 지나간 자국은 눈이 다져지지 않아 발이 빠지기는 마찬가지고, 그들이 급경사를 차고 올라가 따라가려니 쭉쭉 미끄러집니다. 정상이 코앞인데 눈 위에 앉아 그냥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하산길에 스키도, 설피도 없는 산객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녀가 물어보기를 "정상까지 갔었니" 해서, "아니" 했더니 조금 실망하는 기색입니다. (그녀는 설피로 다져진 내 발자국을 따라왔습니다.)
산에서 쉬운 등산로는 없습니다.
Easy Pass @ North Cascade National Park (Hw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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