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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시애틀 삶/산 이야기

PCT 워싱턴 주 구간에서 유의사항

by 산꾼 A 2018. 10. 29.

워싱턴 주에 들어서면, 고단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 도전의 끝이 보입니다. 그러나, PCT를 완주하려면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오래곤 주를 하절기에 통과하였다면, 워싱턴 주는 동절기 초에 산행을 하게 됩니다. PCT (Pacific Crest Trail) 워싱턴주 구간에 도전하는 산객들이 고려할 것을 정리하였습니다.

 

 

 

* 눈과 추위 속에서 겨울산행

워싱턴 주에 일찍 도착한 팀은 건기에 쉽게 산행을 마칠 수 있겠지만, 늦게 도착한 팀은 우기에 혹독한 날씨 때문에 힘든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주의 날씨는 건기와 우기로 구분되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건기로 비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을부터 시작되는 우기가 되면 거의 매일 비가 옵니다. 다시 말하면 산에는 눈 또는 비가 계속 오는 것입니다. 건기가 우기로 바뀌는 시점은 대략 10월쯤 되는 것 같은데 해마다 다릅니다.

 

겨울산에는 지역 따라 일 년에 5 - 17 미터쯤 눈이 오고, 하루에 30 cm 이상 폭설이 내리는 일도 있습니다. 워싱턴 주에 늦게 도착한 팀은 눈과 추위 때문에 겨울산행을 준비해야 되는데 문제는 배낭이 무거워지고, 폭설이 내리면 길이 없어져서 GPS가 있어도 산행이 위험합니다. 그리고, 체력 소모도 많고 하루 산행거리가 짧아져서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일정이 많이 지체되면 가지고 간 식량이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추운데 배까지 고프면... 헐) 

 

9 월에는 산에 눈이 와도 보통 낮에는 포근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날씨 변화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9 월 중순까지는 PCT 산행을 끝내는 것이 안전빵입니다. 10월이 되면 높은 산에 눈이 쌓이기 시작해서 산행이 힘들어집니다. 현실적으로 9월 중순에 PCT 산행을 끝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일정이 늦어지면 완주는 점점 더 어렵습니다.  결국 날씨가 도와줘야겠죠. (그런데, 2022년에는 10월 초까지도 눈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PCT 종료지점 근처에 산불이 크게 나서 불과 30 마일 남겨놓고 PCT 산행이 통제되었습니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9 월이라도 갑자기 폭설이 내리면, 산행을 중지하고 비상철수 또는 안전한 곳에서 산행 대기 등을 고려하세요. 워싱턴 주 눈길에서 가끔 PCT 산객 실종사고가 발생합니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워싱턴 주에서는 추위와 폭설 때문에 하절기에 시에라 네바다 눈밭을 통과하는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2019년 9월 말에 때 이르게 눈이 많이 와서 5,000 피트 지역에 8 - 12 인치 (20- 30 cm)의 눈이 쌓여 있었고, 고도가 높으면 눈이 더 쌓여 있을 것입니다. 

 

 

 

* 산불 구간 통과

워싱턴 주에  도착한 산객들은 산불 구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9 월에도 산불이 심해 많은 지역이 통제되었고, 산불이 해마다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산불로 통제되는 구간은 보통 막아 놓지만, 해당 지역 레인저 스테이션 (https://www.wta.org/go-outside/ranger-station-info)에 문의하면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길 찾기와 비상상황

워싱턴 주 등산로에는 이정표가 상당히 부실합니다.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 많다고 봐야 합니다. 지도를 사용하는 분들은 충분히 지도를 숙지하고 길 찾기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산에서 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이 많아, 비상상황에서 전화를 사용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워싱턴 주 PCT 등산로에는 구간(Section) 중간으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비상상황에서 다행히 중간에 빠져나가는 샛길이 있어 하루를 걸어서 산을 내려와도, 산이 넓어 아직 깊은 산속일 것입니다. 때문에 평일이라면 인적이 드물어 도움받기가 어렵고, 여전히 전화는 통화가 안 될 수 있습니다.

 

비상상황 일 때 PCT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곳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 '산 이야기 / PCT 비상 탈출구 - 워싱턴 구간' 참조)을 사전에 확인해 두고,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수단을 검토하기 바랍니다.

 

 

 

* 겨울산행 장비

배낭에서 무엇이라도 빼서 짐 무게를 줄이고 싶겠지만, 구간 (Section)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일기예보, 등산로 상황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겨울산행 장비는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일기예보는 산 아래 마을을 기준으로 발표돼서 산 위에서는 잘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기예보가 '비 올 확률 10 퍼센트에 흐림'이라고 해도, 산이 높아 구름이 산을 넘지를 못하고 걸려 눈이 올 수 있습니다.

 

지팡이 (Poles), 비상용 핫팩은 당연히 준비하고아이젠 (Micro Spikes), 각반 (Gaiters), 선글라스, 선크림 등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고, 빙벽용 아이젠 (Crampons), Ice Axe는 있으면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되겠지만 저 같으면 가져가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눈은 다져져 있지 않아 미끄러지는 것보다 발이 빠지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어떤 때는 설피를 신고도 무릎까지 발이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수재킷에 달린 모자를 쓰면 덥고 머리가 뒤로 당겨져 불편해서, 방수가 되는 별도의 모자를 사용해 보니 편하더군요. 설피 (Snowshoe)가 필요한 정도로 눈이 쌓인다면 경사가 심한 산비탈 등산로를 통과하는 일부 구간에서 산행이 너무 위험하고, 눈사태 위험도 높아집니다. 

 

재킷, 바지, 장갑 그리고 등산화는 며칠간 계속 눈 또는 빗 속에서 다니려면 방수가 잘 돼야 합니다. (원론적으로는 방수가 잘 되는 등산화가 좋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방수가 잘 되는 등산화는 한 번 젖으면 말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장기간 산행에서는 어떨까 모르겠습니다. 추울 때 젖은 등산화를 계속 신고 다니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겠네요. 방수가 조금 덜 되더라도 쉽게 마르는 등산화가 더 나은 선택이 아닐는지. 그리고, 여분의 울 양말을 준비해서 젖은 양말 말릴 시간이라도 확보하면 조금 나을 것 같습니다.) 

 

 

 

* 검은 곰과 방울뱀 대비

캘리포니아 PCT 구간을 통과한 산객들은 이미 겪어 보았겠지만, 워싱턴 주 구간에도 산에서 검은 곰 (Black Bear), 사막에서 방울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산행 중에 13번 곰을 만난 경험으로 보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더니 곰이 자리를 피해 주었습니다. 곰을 처음 만났을 때는 긴장이 돼서 꼼짝도 못 했는데,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요즘은 여유 있게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그래도, 야생곰인데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끼곰과 같이 있는 어미곰은 위험하다고 하며 곰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라네요. 그리고, 당연히 야영 중에 음식물은 텐트와 떨어진 곳에 두고 곰 통 (Bear Canisters)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산객은 곰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짐이라고 무거워서 저는 인적이 드물 때에는 가끔 곰 방울 (Bear Bell)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갑자기 곰을 만나 서로 깜짝 놀라는 것을 피하려고 곰 방울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산림지역에서 만나는 초록색 뱀은 독이 없지만, 사막지역에는 맹독을 가진 방울뱀이 있습니다. 수풀지역을 계속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을 피할 수는 없지만 사막지역 산행 중에는 등산로를 주시하세요. 특히, 방울뱀의 경고음 ('쓰스슥' 거리는 작지만 섬뜩한 소리)이 들리면 바로 멈춰 서서 주변을 꼭 확인하세요. 그리고, 산에 코요테, 쿠거(퓨마)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산행 중에 만나지 않았고, 야영장 주변에 모기가 살벌하게 많은 곳도 있을 것입니다.

 

 

PCT 완주는 여섯, 일곱 팀 중에서 겨우 한 팀 정도 성공하는 힘든 도전이며, 오히려 실패가 더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완주 성공은 야영 배낭을 메고 하루에 산길 20 마일 (32.2 km)씩 133일 동안 (15 마일씩 걸으면 178일 ) 걸을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먼저이고, 운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목적지가 코 앞이라도 등산로 상황, 기상상태, 산불, 건강 등이 너무 나쁘면, 미련 없이 산행을 중지할 수 있는 정확한 판단도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내용은 제가 워싱턴 주에서 산행을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이지만 산악 전문가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PCT에 도전하는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안전한 PCT 산행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Last Updated 01/2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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