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 같은 오지산행을 하는 미완성된 등산로가 있습니다.
산 100 개 이상을 산행하는 경험을 한꺼번에 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경치가 뛰어나고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느낌을 주지만 탐험과 같은 위험도 품고 있습니다. 워싱턴 서쪽의 태평양 바닷가부터 아이다호 주를 거쳐 몬테나까지 미국 북서부에서 동서방향으로 산행거리 1,227 마일 (1,975Km)인 등산로 (Pacific Northwest Trail)입니다.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보고 출발하여 Olympic National Park의 설산지대, 곰 서식지, 이끼 숲을 통과하게 됩니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넌 뒤에 도심을 지나고, 건너기 힘든 계곡을 통과하게 되면 Mount Baker를 넘으면서 고산 지역을 맛볼 수 있습니다. North Cascade National Park의 엄청난 산세와 커다란 호수 (길이 37 Km)를 만나고, 인적이 드문 오지 산행이 시작됩니다.
아이다호 주, 몬테나 주에서는 등산로 없는 숲, 그리즐리 곰 서식지를 통과하게 되고, Glacier National Park과 락키 산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 힘든 것도 있지만 설산지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름이 돼야 눈이 녹아서 산행 가능한 시간이 짧고, 등산로 중간이 많이 끊겨있어 길 찾기가 어렵고, 숲이 너무 울창하고, 풀이 웃자라서 길이 없어지고, 산불 잔해가 등산로를 막고 있거나, 등산로 흔적이 희미한 곳도 있겠습니다. 당연히 지도에 없는 갈림길은 수 없이 많고 이정표 없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 산행 경로 **
* 워싱턴 주
Cape Alava (태평양 바닷가, 출발지점) - Seven Lake Basin (검은 곰 서식지, 설산지대) - Olympic Hot Springs
- Elwha (이끼 숲) - Port Townsend (페리 승선) - Key Stone - Deception Pass - Bellingham 남쪽 (도심 통과)
- Baker Lake (건너기 힘든 Swift Creek 통과) - Lake Ann (Mount Baker)
- Hannegan Pass (고산 지대, Mount Baker 3,286 m) - Ross Lake (커다란 호수, 길이 37 Km)
- Holman Pass (PCT 교차점, 캐스케이드 산맥) - Castle Pass (PCT와 분리)
- Oroville (중간에 보급받을 곳이 없는 첩첩산중을 지나가는 산행 중간지점)
* 아이다호 주, 몬테나 주
- 락키 산맥을 넘어 Glacier National Park 북동쪽 Chief Mountain까지 인데 이 구간에서 등산로가 없는 숲길과 그리즐리 곰 서식지를 통과합니다. 워싱턴 주 일부 구간은 경험해 보았지만 아이다호, 몬테나 주 구간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 아이다호 주에서 Selkirk Mountain을 넘으려면 등반 (Class 2 and Class 3)이 필요하답니다.
- Class 2: Simple scrambling, with the possibility of occasional use of the hands. Little potential danger is encountered. Hiking Boots highly recommended.
- Class 3: Scrambling with increased exposure. Handholds are necessary. A rope should be available for learning climbers, or if you just choose to use one that day, but is usually not required. Falls could easily be fatal.
출처 : https://www.pnt.org/pnta/know-before-you-go/plan-your-trip/challenges-and-risks/
** 산행 일정 **
산행거리가 1,227 마일 (1,975Km)이니 하루에 20마일 (32.2 Km)씩 걸으면 약 61일, 15마일 (24.1 Km) 씩 걸으면 82일 걸립니다. 높은 산에 눈이 어느 정도 녹으면 (6월 중순 - 7월 초) 출발해서 9월 중순까지는 산행을 끝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2019년 9월 말에 때 이르게 눈이 많이 와서 9월 말 현재 5,000 피트 지역에 8 - 12 인치 (20- 30 cm)의 눈이 쌓였습니다. 낮에 날씨가 포근해서 눈이 대부분 녹았지만 한동안 산행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산행을 계획하는데 참고하세요.)
겨울장비를 준비하면 10월에 눈이 조금 쌓여도 갈 수는 있지만 설피 (Snowshoe)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이면 위험해서 더 이상은 산행을 할 수 없습니다. 산행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짧아 일정에 쪼들릴 수 있습니다.
산행은 동쪽을 향하던 서쪽으로 방향을 잡던가를 선택하면 되지만 보통 몬테나 주에서 출발해서 서쪽 방향으로 산행을 한다네요. 워싱턴 주에서 출발하려면 Olympic National Park의 눈이 늦게 녹아 출발시기가 늦춰진답니다.
** 유의사항 **
* 이 등산로는 다른 산객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오지 구간들을 포함하고 있어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고, 비상대피도 힘들 수 있습니다. 특히, Holman Pass에서 Oroville 가는 길은 구간 거리는 길지만 구간 중간으로 접근하기가 곤란합니다. 그리고, 산이 깊어 전화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역이 많습니다.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 등산로가 중간에 끊긴 곳, 등산로가 없는 숲길, 지도에 없는 갈림길, 등산로 흔적이 희미한 곳, 그리고 마을을 통과하는 곳이 많아 길 찾기에 고생할 수 있습니다. GPS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고 워싱턴 주 일부 지역에서는 GPS 신호도 잘 잡히지 않는다네요. 비상용 지도를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 여름에는 눈 녹은 물 때문에 계곡을 건너기 힘든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갑자기 눈이 녹아 비가 오지 않더라도 계곡 물이 불어납니다. 워싱턴 주 등산로에는 계곡에 외나무다리를 걸쳐 놓은 곳이 대부분입니다.
* 국립공원 지역 (Olympic National Park, North Cascade National Park, Glacier National Park)에서 야영을 하려면 레인저 스테이션 또는 PNT (Pacific Northwest Trail Association) 등에서 미리 허가 (Permit)를 받아야 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야영을 해야 합니다.
** 산불 구간 통과 **
건기에 산행을 하기 때문에 산불 구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년 전쯤인가 등산로 구간에 포함된 지역도 산불로 통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불로 통제되는 구간에 대한 정보는 해당 지역 레인저 스테이션 (https://www.wta.org/go-outside/ranger-station-info)에 문의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 야생동물 대비 **
산행 중에 그리즐리 곰 (Grizzly Bear), 검은 곰, 그리고 사막에서 방울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곰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하여야 합니다. 야영 중에 음식물은 텐트와 떨어진 곳에 매달아 두고 일부 구간에서는 곰 통 (Bear-Resistant Canisters)를 사용해야 하며 (곰 통은 레인저 스테이션에서 빌릴 수 있고, 구입하려면 통 크기에 따라 100불 정도 합니다.), 곰 스프레이가 효과가 있다는데 이것도 짐이라고 저는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곰 만나 서로 깜짝 놀라는 것을 피하려고 가끔 곰방울 (Bear Bell)을 사용하는데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곰을 만났을 때 대처방법은 제 블로그 '북 캐스케이드 / 산에서 만난 곰 네 마리'를 참조하세요.
그리고, 그리즐리 곰 (Grizzly Bear)은 특히 조심스럽고 산에 쿠거(퓨마)가 있지만 산행 중에 아직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막지역에는 맹독을 가진 방울뱀이 있으니 사막지역 산행 중에는 등산로를 주시하기 바랍니다. 산행 중에 '쓰스슥'거리는 작고 섬뜩한 방울뱀의 경고음이 들리면 바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확인하세요.
첨부된 사진들은 이 등산로 근처에서 전에 찍어둔 것이며 직접 연관이 없는 사진도 포함되어 있지만 분위기가 비슷할 것 같아 올렸습니다. 본문은 현지에서 산행을 하며 몸으로 배운 것과 Pacific Northwest Trail Association (http://pnt.org)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가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레인저 스테이션 또는 Pacific Northwest Trail Association (http://pnt.org)에 문의하기 바랍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등산로이며 도전하는 산객도 많지 않고 오지 구간을 포함하고 있는 조심스러운 곳입니다. 일부 구간을 경험해 보니 너무 멋진 곳이라서 위험 (길 찾기, 산불, 야생동물, 장기간 산행 등)을 무릅쓰고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기간 산행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안전한 산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 추 신 >
PNT를 산행하며 제 도움이 필요한 분은 '산 이야기 / 서북미 트레일 (PNT)에 도전하는 산객 무료지원 (안내)'를 보시고, 산행 중에 보급은 '산 이야기 / PNT 산행 중에 보급받는 방법'을 참조하세요.
* Last Updated : Mar.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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