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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워싱턴 주/올림픽 국립공원

저기에 독수리 20 마리, Dungeness Spit

by 산꾼 A 2020. 1. 28.

 

 

"저기에 독수리 20 마리가 있다."라고 한다.

설마... 

그런데, 한참을 가도 독수리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올 겨울에는 겁나게 비 (산에는 눈)가 오네요. 높은 산에는 지난 한 달 반 동안 거의 매일 눈이 와서 근처를 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오늘도 산악지역에는 하루 종일 눈이 온다네요. 그래도, 워싱턴 날씨가 재미있는 것이 잘 찾아보면 맑은 곳이 있습니다. 여기 세퀌 (Sequim) 지역도 마을 뒤쪽에 높은 산 (Hurricane Ridge)이 가로막고 있어 비가 잘 오지 않는 곳입니다.

 

등로는 Dungeness County Park 안쪽의 Dungeness National Wildlife Refuge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모래밭 해변길을 지나 등대 (New Dungeness Light Station)까지 가는 길입니다. 거리는 왕복 11 마일 (17.7 Km)이지만 모래밭에서 발이 빠져서 평지보다는 조금 더 힘듭니다. 

여기를 갔다 온 사람들의 느낌은 좋고, 나쁨이 분명하게 갈릴 것 같네요. 한 여름 땡볕에서 벌레와 해초 썩는 냄새에 시달리며 걸었으면 별랑이라 생각할 수 있고, 이번 산행 같이 독수리도 보고 등대 위에서 환상적인 전망을 보았다면 멋진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만난 독수리

등로 입구에서 2.5 마일쯤 되는 등로 옆에 독수리 한 마리가 얌전하게 앉아 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지나치려는데 맞은편에서 미국인 한 명이 오네요. 내가 "저기 독수리가 앉아 있다."라고 했더니, 그분이 등대 쪽을 가리키며 "저기에는 독수리 20 마리가 있다." 네요. 그런데, 반 마일을  더 걸었는데 독수리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갑자기 이게 웬일, 독수리들이 떼로 모여 있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독수리들 만해도 20 마리는 돼 보입니다. 대부분 검정 독수리이고 흰머리 독수리 (Bald Eagle)도 몇 마리 보입니다.

 

모래톱 위에 푯말 (새만 넘어갈 수 있음)이 있어 멀찌감치서 독수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등로에서 모래톱 반대편 30- 50 미터쯤 떨어진 곳에 독수리가 모여있는데 산행을 다니며 사용하는 표준 줌 렌즈로는 제대로 잡히지 않네요. 똘똘한 망원렌즈가 몹시 아쉽습니다. 그래도, 선을 넘지 않고 미국 와서 꾸준히 착하게 살고 있습니다. ㅎㅎ

 

갈매기는 독수리들이 있는 반대쪽 등로 옆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습니다. 독수리 떼 눈치 보고 살려면 갈매기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겠네요.

 

 

던지니스 모래톱 (Dungeness Spit)

지금은 밀물 때라서 모래밭이 모두 바닷속에 잠겼습니다.

 

등대 (New Dungeness Light Station)

 

등대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등대에서 근무하는 분이 "등대 구경할래?" 물어보네요. 건물 왼쪽 문으로 등대를 올라갑니다. 뱅뱅 도는 계단을 오르니 등대 불을 비추는 곳이 나옵니다. 직원분이 정말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셔서 덕분에 등대 구경도 잘하였습니다. 

 

등대 위에서 보는 던지니스 모래톱 (Dungeness Spit)

첫 번째 독수리를 만났던 등로 근처에서 다시 독수리를 만났습니다. 생긴 것 (머리에 흰색 반점)이 첫 번째 만났던 독수리 같아 보입니다. 구면이라고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포즈를 취해주네요. 독수리가 나는 모습을 찍고 싶기도 했지만 쉬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멀찌감치 돌아서 지나쳤습니다.

 

이 녀석은 다음에 또 만나면 알아볼 것 같습니다.

 

똘똘한 망원렌즈가 아쉬웠고 독수리를 보려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침에 그 많던 독수리들이 낮에는 딸랑 2 마리만 보이네요.

 

 

* (Updated : 05/09/2021)

아침이라서 독수리가 많았던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시 찾았지만 독수리 한 마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Dungeness Spit ( Dungeness National Wildlife Refuge) @ Sequ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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