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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산행/눈길 산행

구름 타고 설산에 올라, Mount Ellinor

by 산꾼 A 2019. 12. 17.

 

 

 

설산에 올라 아래를 보니, 타고 온 구름이 얌전히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근처 겨울산이 좋은 것은 진작 알았지만 가도 가도 멋진 풍광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태평양에서 몰려온 구름이 높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아래 모여있습니다. 2 년 전에 갔을 때에는 눈폭풍에 추워서 떨며 구름만 실컷 보고 내려왔는데, 오늘은 구름이 얌전히 기다려줍니다. 하지만, 하산길에는 구름이 산을 타고 넘으면서 전망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겨울철에는 보통 산 아래 등산로 입구 (Lower Trailhead)에서 출발하는데, 전날 갔다 온 사람의 리포트 (wta.org)를 보니 '산악도로에 눈이 조금 있지만 통행에 불편이 없다' 네요. 때문에 오늘은 산 위 등산로 입구 (Upper Trailhead)에서 출발을 계획하였습니다. 산 아래에서 출발하면 추가로 왕복 3.2 마일 (5.1 km)을 더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산 위 등산로 입구 근처에는 얼음 위에 눈이 4 인치 (10 cm) 쌓여 있습니다. 차가 눈에 빠져 헛바퀴만 돌아 결국은 자동차용 체인을 설치하고 하산하였습니다. (여기 기준으로는 눈 4 인치가 조금이라네요. ㅎㅎ)

 

등산로 옆 나무에 여름철 등산로 (Summer Trail)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산 정상 근처의 경사가 급해서 눈이 많이 쌓이면 눈사태 위험이 높은 곳입니다. 지금은 산 위에 2 - 2 1/2 피트 (60 - 75 cm) 정도 눈이 쌓여 있었고, 아직은 여름철 등산로로 오를만했습니다.

 

참고로 겨울철 등산로는 슈트 (Chutes) 쪽으로 오르는데, Ice Axes, Crampons 등 단단히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산을 오르다가 만난 파란 배낭을 멘 여성분의 모자에 PCT (Pacific Crest Trail) 표식 있습니다. PCT에 갔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네요. 진짜 선수를 만났습니다.

 

'깔딱 고개'라고나 할까, 산 정상 근처 반 마일 정도는 경사가 가파르고,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듭니다. 아이젠 (Micro Spikes)과 지팡이를 사용하였고 설피 (Snowshoe)는 차에 놔두고 올라갔었습니다.

 

구름 사이로 검게 보이는 곳이 Lake Cushman

 

 

Mount Ellinor (5,944피트, 1,812 m) 정상

사진을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찍어서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 경사는 훨씬 더 가파릅니다.

 

 

 

 

 

Mount Ellinor 정상 근처에서 북동쪽으로 보이는 Mount Washington (6,255 피트, 1,897 m)입니다. 여기는 후드 운하 (Hood Canal) 근처이고, 90번 고속도로 스노퀄미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있습니다.

 

 

산 정산 근처에서 급경사를 오르며 마지막 푸시를 하고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보는 남쪽 방향

구름이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고 멀리 눈산 (Mount Rainier)이 구름 위로 삐죽 나와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보는 남서쪽 방향

Mount Rose 근처인 것 같습니다.

 

Lunch Spot

 

 

산 정상에서 보는 서쪽 방향

 

산 정상에서 보는 북쪽 방향

 

Mount Ellinor 정상에서 만난 미국인 산친구

사진을 몇 장 찍어서 보여주고, "줄까나?' 물어보았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주는데 등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분이네요. 마침 집 근처에 살고 있고 전문 산악인 포스가 넘칩니다.

 

구름을 올라타고 설산 위에 앉아 있으려니 타국 살이 서글퍼도 이런 재미는 있구나 싶습니다. 마치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경사가 가파르고 멀어서 그런가, 이 멋진 곳에서 하루 종일 고작 20여 명 만났습니다.

 

 

Mount Ellinor @ Olympic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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